2020년 2월 23일 일요일

2. 어쩌다보니 회계공부 - 투자의 시작 그리고 실패


2014년 난 제조업 공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원가회계는 제조업 중 가장 높은 원가율을 차지하는 매출원가에 대한 계산과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원가회계직무에 첫 발을 내 딛었다. 재밌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몸소 느껴보니 과거에 배웠던 지식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돈을 버는 것도 재밌었다.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원가는 모두 "매출원가"로 귀속되며 영업, 구매, 마케팅등 본사에서 발생하는 비용등은 "판관비"에 귀속된다)

그런데 사람이 돈이 생기면 뭐를 해보고 싶지 않나. 그래도 나름 투자와 관련된 학과를 나왔으니 주식투자를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때는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용돈 정도만 벌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옆 자리에서 일하던 과장님도 주식을 통해 돈을 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솔깃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회계학과면 재무제표를 다 뜯어보고 투자할 것이라는 오해말이다. 그렇지 않다. 내 주위에 회계사 친구들이 많지만 모두가 그렇게 투자하진 않는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사람도 더러 있으며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모든 회계학도와 회계사들이 정석 투자를 고집하지 않는다. 왜냐면 욕심이 앞서고 공부하기 귀찮기 때문이다. 요행을 통해 돈을 벌고 싶어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처음 시작은 중국 관련 테마주였던 중국원양자원이었다. 2014~15년 중국 관련 테마주가 뜨던 시기 재무제표에 대한 분석 없이 투자를 진행했다. 결과는 일주일사이에 30%이상 손실을 보고 처분했다. 

또 다른 투자는 차트 투자로 접근했던 팬오션이었다. 사실 차트 투자라고 할 것도 없이 차트상 충분히 떨어진 것 같아 매수했던 것 뿐이다. 당시 STX 팬오션은 조선호황기 시절에 끝도 없이 상승하던 주식이었으나 2013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온 유동성 위기로 인해 STX 팬오션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과거 20만원을 넘어가던 주식은 끝없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이런 기업에 나는 왜 눈길을 줬을까? 바로 욕심과 과거의 차트였다. 20만원이 넘어가던 주식이니 곧 다시 반등하리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2015년 2월쯤, 난 그간 모았던 600만원 가량의 투자금으로 팬오션에 투자했다. 내가 투자한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던 팬오션은 끊임 없이 출자전환을 지속했다. 출자전환은 기존 채권단의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어주는 것인데 주주의 입장에서는 발행수가 많아져 주주의 이익이 희석되며 보통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채를 갚을 수 없거나 경영이 악화되는 기업에게 이루어지는 조치다. 얼마 후 팬오션에 대한 하림그룹의 인수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채권단과 하림측의 거래조건은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1.25 대 1의 무상감자를 선행적으로 추진하고 채권단의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조건이었으며 하림측이 유상증자를 통해 3자 배정을 받는 조건이었다.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주주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된다. 자본총계의 변화는 없으나 자신의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주가는 주식수 감소분만큼 상승조정되어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만 시장에서는 무상감자 발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보통 주가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하림측의 3자배정 유상증자 역시 발행수를 늘려 주주의 이익을 희석시킨다. 

이 모든 것은 소액주주에게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나는 그제서야 투자의 시작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2015년 2월에 샀던 주식은 2015년 7월 감자에 따른 거래재개 이후에 모두 처분했다. 30% 이상의 손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과거 공시들을 찾아보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쉽게 돈을 벌고 싶었고 공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건 그냥 게을렀다. 그 게으름이 수많은 손실을 안겨다주었다. 

그 뒤에는 어땠냐고? 사람 쉽게 안 변하더라. 우선주, 대선주. 지속적으로 실패했다. 

그렇다. 

이것이 투자의 시작이었음과 동시에 한동안 주식투자를 떠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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